오늘은 토요일이라 남편과 나 루안이 모두 집에 하루종일 있었다. 이상하게 오늘 편두통이와서 바람쐴겸 남편이 아기띠하고 같이 산책하러 나갔다. 물도 똑 떨어져서 사오려고 지갑을 챙겨나갔는데. 챙겨나가길 잘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입이 심심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먹던 두툼하고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팬 피자가 먹고싶었는데 꿩대신 닭이라고, 이탈리아 피자를 포장해 와야겠다 싶었다. 우리의 산책 노선과 딱맞게 있는, 집에서 3분거리 이탈리아 피자집이 있는데, 처음 시도라 기대없이 가서 그집 메인피자를 주문해놓고 10분뒤 다시 돌아오겠다 했다. 피자집에서 나와 맞은편에 있는 마켓에가서 바게트와 토마토소스, 물 6병 그리고 프랑스 쏘시쏭을 샀다. 다시 피자집에 갔을 때는 아까와는 달리 사람이 북적 북적 문앞에 서있었다. 불안한 기분에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직 내가 주문한 피자는 아직 오븐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준비 됐어?

 -? 봐바 사람많아서 나 바빴어 O_o

 -......

 -5분이면 돼 마담~

 이상하게 파리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포장으로 주문해놓고 나갔다오면 항상 준비가 안되어있고, 이후에 온 손님들꺼 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참을성 없는 내가 기분 나쁜 티 팍팍내며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밖에서 루안이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남편에게 손으로 5분을 표현해보였다. 이탈리아인 쉐프는 허둥지둥 도우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잠봉을 얹어 오븐에 넣었다. 내가 시킨건 잠봉, 올리브, 캔토마토, 호케트가 들어간 피자. 내껀가 싶었다. 내피자를 오븐에 넣고 나서 줄서있는 사람들의 주문을 차례로 받고 사람들은 다시 찾으러 오겠다며 나갔다. 홀은 한산해졌고, 5분 좀 안되었을 때 쉐프는 피자를 오븐에서 꺼냈다.

 -마담 이거 너꺼야^ㅡ^

 -아 그래? ^ ^

 이탈리아인 쉐프는 그 위에 캔토마토, 올리브, 호케트, 그리고 파마산치즈가루를 뿌리며 옆에 서있는 프랑스인 아저씨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역시 여자가 남자보다 쎄. 저 봐 추운데 밖에서 아기 안고 기다리는 게 남편이고, 따뜻한 곳에서 기다리는게 여자잖아. 허허

 -맞아, 이탈리아 여자도 그렇지? 여기도 그래~

 피자가 생각보다 빨리나와서 기분좋아진 나도 허허허 웃고 계산하고 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아빠 품 속에서 잠든 루안이를 침대에 고대로 엎어놓고, 남편과 식탁에 앉아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모유수유하는 나를 위해 냉장고에 항상 채워져 있는 무알콜맥주도 꺼냈다. 커팅 안해준건 나이프와 포크로 먹으라는 거였겠지만, 이상하게도 남편과 나는 오늘따라 맨손으로 먹고 싶었다. 한국피자 배달시켜서 먹을 때처럼. 이탈리아 여행 갔을 때도 피자는 매일 먹어도 안질렸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재료도 아낌없이 넣어주었고, 유러피언들에겐 이 한판이 1인분이지만 남편과 나에겐 배부른 2인분. 씬피자지만 크기도 웬만큼 크고 재료도 푸짐해서 둘이 먹기 딱 이었다. 가격은 11유로 만오천원 정도. 요리 하기 싫은 날, 피자가 먹고 싶은 날은 저 집으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피자 다 먹고 배부르다 했는데, 남편이 쏘시쏭 사온거 먹으면 안되겠냐고. 이 쏘시쏭은 겉에 후추가 붙어있는 건데, 후추덕분에 다른 쏘시쏭에 비해 덜 느끼하고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몇달전에 프랑스인친구가 스페인에서 유명하다는 후추 쏘시쏭을 선물해주었을 때 처음 맛보고 우리는 장볼때마다 후추 쏘시쏭이 보이면 항상 카트에 넣곤 했다. 역시 후추쏘시쏭 맛있다.

 남은 맥주 마시면서 무한도전 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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