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실육아 카테고리에는 항상 정보위주로 포스팅했는데, 육아일기도 함께 올려볼까 한다. 오늘은 루안이가 태어난지 61일째 되는 날이다. 포스팅을 매일마다 한 두개는 올리다 보니 루안이 육아일기를 써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무심하기도 하고 끈기가 없는 편이라, 루안이가 노엘(태명)이 시절, 그러니까 임신 기간동안 일기를 써보려고 산 다이어리를 입덧 끝나자마다 방구석에 쳐박아 두었다. 다이어리를 산 당일 하루 어색하게 임신해서 기쁘단 일기를 쓰고 입덧이 시작하면서 매일마다 복용한 약들을(입덧약) 먹을때마다 기록하는 용도로 쓰다가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번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니 좀 더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 해본다. 오늘의 주제는 모유수유하는 루안이의 밤중수유에 관한 것이다. 분유는 아직 한번도 안먹여봤고, 유축기를 이용해 짜놓았다가 자기전이나, 내가 외출을 할 때만 남편이 젖병으로 먹이고 있는데 61일이 된 지금도 모유수유는 나에게 행복한시간이다. 그치만 몇주 전 까지만해도 이 힘든 모유수유를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는데.이유는 밤중수유 때문이었다. 모유가 분유보다 소화가 빠르게 되기 때문에 밤중에 일어나는 횟수도 비교적 더 많다. 퇴원해서 집으로 온 날부터 모유수유할때마다 시간을 적어 놓았는데, 밤에는 세,네번 많으면 다섯번도 깼다. 시댁에서도 낮에까지 늘어지게 자는 내가 루안이의 뒤척임에 바로 깨서, 일어나 앉아 수유를 하다니. 이건 기적이었다. 그치만 어느날은 수유 후 금방 트림하고 바로 잠드는 반면 또 어느날은 트림시키는게 오래 걸려 일어나서 2시간을 깨어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세,네번을 수유하다보면 잔건지 만건지 아침엔 머리가 핑-돌았다.

 풀 잠을 자준다는 100일의 기적이 오기 전까지는, 엄마 아빠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서 하루종일 힘들다고 하던데. 딱 그 짝이었다. 그치만 남편이 학생이고 마침 여름바캉스였기 때문에 손목이 아픈 나를 위해 같이 일어나 루안이를 수유쿠션 위에 올려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트림도 시켜주고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산후 우울증이 오지 않았지만 대신 남편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밤중수유로 루안이가 미워보였다고 하는 거 보면 나대신 남편한테 우울증이 잠깐이지만 온 것 같았다. 그러다가 스웨덴 친구가 누워서 수유하는 자세를 시도해보라고 추천해 주어서 몇번이고 시도 해보았는데, 가슴이 작아 루안이가 먹기 힘들어해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배위에 놓고 먹여보라고 하길래 시도했지만 내가 살이 없어서 그런지 내 갈비뼈때문에 루안이도 나도 편안하지 않아 불가능했다. 그래서 좀 변형을 해보았는데. 나는 똑바로 누워있고 내 겨드랑이 사이에 루안이를 팔로 받쳐 먹여봤는데, 성공. 팔 아래에는 수유쿠션을 받쳐 편했다. 그렇게 일어나지 않고 수유하는 법을 터득한 이후엔 신기하게도 트림없이 먹다 잘 잠들었다. 아무래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서 트림 필요없이 먹다가 잘 잠들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내가 몸에 열이 많아 루안이 얼굴이 닿는 팔 부분에 아기손수건을 껴놓아도 루안이 얼굴에 여드름이 자꾸만 올라왔다. 그래서 이제는 비행기에서 쓰는 목베개를 옆으로 세워 루안이 머리를 받쳐놓으니 팔도 안아프고 루안이 얼굴도 깨끗하게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자세를 터득하고는 밤중수유가 괴롭지 않아졌다. 여전히 밤중에 세,네번이 깨는데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젖먹다가 잠드는 습관이 굳혀진 것 같아 밤중수유를 끊는 시기가 좀 늦어질 것 같다. 원래 모유수유하는 아기는 100일이 지나도 밤중에 적어도 한번은 일어나 수유를 하는게 정상인데, 아이를 옆에서 재우면, 그리고 잠들기전에 수유하는게 습관이든 아기는, 잠깐 깼을 때 배고프지 않아도 다시 잠들기 위해 밤중에 수유를 원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밤중 수유를 더이상 하지 않게 되면 아기침대에 옮겨 혼자 재울 생각이었는데. 언제까지 함께 자야할지. 밤중수유를 언제 끊어야할지. 내가 끊으려고 노력해야할지. 아님 루안이가 원하는대로 해줘야 할지. 지금 당장은 밤중에 일어나 앉지 않고도 수유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편해서, 나를위해 옆에서 같이 재우고 있는데. 남편은 얼른 아기침대에서 재우길 바라는 눈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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