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이가 태어난지 무려 65일이나 되었다. 내일은 첫백신을 맞는 날이다. 요근래 변화가 많이 생겼다. 낮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꽤 늘었고, 칭얼대지 않고 갑자기 바로 울어버리기도 한다. 울음소리가 제법 커져서 창문을 열어 놓기 민망해졌다. 그리고 예전엔 졸리면 그냥 바로 잠들었는데(내가 항상 안고 있으니까 안겨서 잘 잠들었다) 이제는 졸리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고 젖을 찾는데 바로 주지 않으면 크게 으앙 울어 버린다. 울음소리도 엄청 서러워서 불쌍하기까지 하다. 얼른 젖을 물려 재우는데 시간은 얼마 안걸리지만 자면서 계속 젖을 빨아 한시간 정도를 수유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물론 그전에도 안고 재웠기 때문에 움직일 순 없었지만 수유를 끊고 잠들었다면 이젠 계속 젖을 물고 자는 것이다. 이문제는 몇주전부터 밤중 수유를 누워서 하기 시작하면서 습관이 든 것 같다. 이전에는 자다가 수유하고 끝내고 다시눕혔다면 요즘은 끊지 않고 내가 잠들 수 있기 때문에 루안이가 먹다 안먹다하면서 자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젖을 놓쳐 잠이 깨면서 뒤척이는 것 같다.

 뭐 이런 변화들은 애교에 속한다. 요 며칠은 밤에 자기 전, 젖을 물려도 먹다 울다 먹다 울다 한시간은 해야 잠에 들기 시작했다. 졸린데 젖을 빨 힘이 없어 힘들어서 그렇다 생각이 들어서 젖병으로 유축해놓은 걸로 수유 했는데 한번에 많이 먹지도 못한다. 그래서 결국엔 잠들기 위해선 젖을 물려야 했다. 배고픈게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보채는 걸까 싶은데, 따로 재우는 것도 아니고 엄마 옆구리에서 자는 구만 왜이러는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를 여기저기서 검색해 찾아보니, 낮에 낮잠을 제대로 못잤거나, 자기전에 너무 피곤하게 했을 때 보통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루안이는 낮에 낮잠을 두시간 정도를 길게 자고 짧게짧게 자주 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밤에 잠드는 시각이 너무 늦어서 지쳐있었나 싶다. 남편이 집에 늦게 들어올 땐 11시,12시라서 그 이후에나 루안이를 목욕시키고 젖병을 물려 재우려고 시도 한다. 그리고 내가 두시쯤 눕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혼자 잠들지 못하고 내가 젖물려 재워 줄때까지는 말똥말똥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렇게 두시부터 세시, 어느날은 네시까지도 루안이와 나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속된다.

 내 생각엔 '자기전 하는 의식'(아기가 자는 시간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하기위해, 잠들기 전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만들어 주는 것)을 더 이른 시간에 하도록 앞당겨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은 나혼자 아기를 씻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빨리 루안이와 잠들어야 하는데.... 루안이를 위해선 이렇게 해야 맞는 것 같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 없이 혼자 잠드는 것도 빨리 가능해졌음 싶은데 내가 이 조그만한 아이가 우는걸 내버려두기가 너무 힘들다. 프랑스 엄마들은 반반인 것 같다. 수면교육을 시켜서 되도록 빨리 혼자 잠들게 하는 엄마들이 반, 나처럼 자연스럽게 옆에 끼고 자는 엄마들이 반. 아이가 우는데 내버려 두는 건 부모와의 의사소통에대해 신뢰를 잃게 만들고 이는 아이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며, 자라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9달동안 편안하게 배고픔도, 피곤함도 모르고 편안하게 잘 살다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얼마나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을까 싶어서 단호하게 못하겠다.

 내가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문제들은 루안이가 크면서, 내가 더 루안이의 사인을 배워가며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반면에 내가 루안이에게 안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야. 미안해'란 말 참 별로인데 가끔 문득 이 말이 불쑥 내머리에 들어온다. 다들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거겠지.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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