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리에서 육아하는 김영양사입니다. 오늘은 루안이가 태어난지 57일째가 되는 날이예요. 지금은 제 배위에서 쌕쌕거리며 자고 있습니다. 루안이가 태어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육아하는게 조금은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빠르게 가고 있어요. 저는 한번의 유산경험이 있으며 두번째 임신으로 첫째아이인 루안이를 낳았습니다.

 첫임신은 작년 초여름이었습니다. 계획임신이 아니었던 만큼 남편과 저 모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우리의 아기가 생긴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때도 저흰 프랑스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하지만 임신을 확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갈색피가 비쳤고, 그 피는 며칠이고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임신 중 초음파를 총 세번 보는데요. 첫 초음파는 11-13주, 두번째 초음파는 20-22주째에 보며, 마지막 세번째 초음파는 32-33주째 보게 됩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추가로 보기도 합니다. 첫 초음파를 보았을때가 마지막생리 후 7주인가 였어요. 처음엔 배초음파를 봤는데,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질초음파를 하자고 하더라구요. 아기가 너무 작다. 성장을 멈춘 것같다 라며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질문을 많이 했어야했는데 제가 너무 당황스럽고 슬퍼서 아무말도 못하고 울면서 집에 돌아왔었습니다. 그렇게 피는 멈추지 않았고 붉은피로 변해 버렸고, 결국 약처방을 받아 심장소리도 못들어보고 태명도 못지어준채 아이를 떠나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방받은 약을 먹고 고통이 너무 심해 앰뷸런스까지 불렀었네요. 그 이후에 계획적으로 12월 말에 다시 루안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이번 9월초에 출산을 했습니다. 출산을 경험하고 나니, 그때 약을 먹고 견뎌냈던 고통이 산통과 같은 것이었단 걸 알게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번째 임신을 성공했고, 기형아검사를 하게되었습니다. 산부인과의사가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병원으로 오라고 하길래 이상하다 싶었어요. 프랑스에선 보통 검사결과를 우편으로 바로 보내주거든요. 그때 남편없이 혼자 갔었고, 병원대기실에서 1시간정도를 앉아 기다리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의사의 얼굴은 어두웠고, 결과는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프랑스는 1/250를 고위험군 판정 기준으로하고 있는데 저는 1/226확률이 었습니다. 목투명대가 2,3mm였고 hCG-BETA수치가 226,5U/L이었습니다. 의사가 바로 추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처방전을 내려주었습니다. 양수검사와 피검사가 있으나 양수검수보다 피검사가 안전하다며 검사받을 병원을 알려주었지요.



 그렇게 혼자 벙찐채로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소식을 알렸습니다. 남편과 저 모두 다운증후군 가족력이 없었고, 제 나이가 만 27살이 었기때문에 충격적인 일이었을텐데 남편은 조금 놀라긴했지만 차분했습니다. 추가 검사를 하겠냐고 묻더라구요. 저는 당연히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그 물음으로 그제서야 추가 검사가 필요할까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만약 지금 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판정받는다면 수술할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땐 임신 14주가거의 다되었고, 심장소리도 들은 상태였으며 노엘이가(태명) 남자아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때 였습니다. 남편은 다운증후군이더라도 우리아이인건 변함 없지 않느냐, 반려견을 평생 보살피며 살듯이 우리아이도 평생 자라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보살피며 살면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서 우리는 정상인 아기를 키울때보다 힘들겠지만 더 노력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남편의 생각을 듣고나니 마음이 급격하게 안정이 되더라구요. 그래. 다운증후군아이여도 낳고싶다. 라고 생각하고 추가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니 다시 행복한 임산부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병원약속때 의사를 만나 추가 검사하지 않겠다. 나의 아기가 다운증후군이여도 낳을거기 때문에 추가 검사는 필요치 않다. 했습니다. 의사는 제게 다운증후군이 뭔지 알고 한 결정이냐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운증후군의 경우 낙태가 가능하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프랑스 낙태법은 미성년자도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줄 만큼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관대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기형아를 임신했을 경우에도 가능하다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말하기를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판정이나면, 언제든, 출산 직전까지도 낙태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운증후군판정을 받더라도, 낙태는 불법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몇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불법이고, 그나마도 절차가 까다로워 합법적 낙태가 쉽지 않습니다.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불법 유통되는 낙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는 여성도 많으며, 불법 낙태수술로 인해서 몸과 마음 모두 다치는 일 또한 많습니다. 그래서 태아의 인권보다 여성의 인권이 먼저이며, 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 해야한다는 낙태죄폐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합법이며, 임신중절수술비가 100% 보험적용이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의사의 처방에따라 임신기간 언제든 낙태가 가능합니다.(다운증후군과 같은 큰 문제가 아니라면, 임신12주 이전까지만 가능) 아까 말했듯 프랑스에서는 미성년자도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때 보호자 동행이 필요한데 원한다면 부모가 아닌 본인이 선택한 성인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담당 산부인과 의사는 당황하며 아기를 낳을 병원에가서 정밀초음파를 보라며 직접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프랑스에선 개인산부인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다가 임신 중기부터는 전분 산과병원으로 가서 진행하게됩니다. 그때 유명하다는 의사에게 초음파를 보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초음파를 천천히 자세하게 오랫동안 공들여 봐주었고, 태아의 상태는 모두 완벽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운증후군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군인건 여전히 유효하며 추가 검사를 받지 않겠느냐 다시 물었고, 저와 남편은 되려 '우리는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더라도 낳을 생각인데, 추가 검사를 하면 뭐가 좋은 거냐?" 물어 봤습니다. 의사는 확정 후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뿐 다른 건 없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웃으며 "그럼 됐어, 추가 수술은 안하는 걸로 하겠어" 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다운증후군인 경우엔 뇌나 심장 등에장애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밀초음파 검사로 어느정도 알아볼 수 있지만, 정확한 확진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부부는 정밀초음파검사를 받은 후 부터 이상하리만치 우리아이가 다운증후군일리 없다고 생각하며 출산때까지 불안해 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루안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고위험군판정을 받은 예비엄마이실텐데, 저희 부부가 한 선택은 누가보면 현실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편분 아니면 아내분과 충분히 생각을 나눠본 후 부디 좋은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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