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체류증을 연장하러 다녀왔다. 이번이 프랑스에서 3번째, 외국인 학생신분으로 3년을 프랑스에서 지냈는데, 1년반은 poitiers라는 시골에서 프랑스어를 배웠고 1년반은 파리에서 대학생으로 지냈다. 프랑스에서는 도시마다 체류증 연장시 필요한 서류가 달랐고 기준도 달라 어느 지역에선 서류에 문제가 있어도 쉽게 연장이 가능한 반면 어느 지역에선 하나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엔 삼고초려를 해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는 서류의 나라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만큼 행정처리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리고 ça depend(싸데뻥) 이라고 자주 말하는데 상황에따라 사람에따라 기분에따라 모든게 달라질 수 있는 나라이다. 그렇기때문에 운이 따라야 해결되기도하고 아무 문제없는데 상황에따라 잘 안풀리기도 한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지 불친절하다. 100이면 90. 그 중 경시청 직원들이 가장 불친절하기로 손꼽힌다. 아무래도 외국인들을 상대 하기때문에 여러 문제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친절한, 정상적인 외국인들이 화풀이 대상이 되는게 참 안타깝다.

 남편과 나는 프랑스로 나오기전엔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했지만, 와서 지내보니 (시골생활시절) 한국으로 꼭 가야할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우리 부부는 한국에선 직장인생활을 했었고 퇴사 후 프랑스에서와서 다시 학생신분이 되었기때문에 어느나라였어도 만족스러웠으리라. 하지만 언어공부를 한 시절엔 정말 프랑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좋게 우리부부는 인종차별을 경험하지 못했었다. 간혹 불친절한 프랑스인들은 봤지만, 한국에서 한국사람을 대하는 것보다는 쉬웠다. 프랑스인들은 속으론 인종차별을 하고 있을 지언정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것은 무식한 짓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창피하게 여긴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어느정도의 교육을 받은 프랑스인이라면. 아무튼. 근데 지난번 체류증연장할 때 문제가 있었다. 서류가 한가지 부족해서 추가 설명을 해야했고, 프랑스에 머무는데 문제가 없다는 경제적 상황을 증명하는 서류를 여기서 알바하면서 받은 월급명세서를 제출했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프랑스에선 외국인 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있다. 그 말은 일하는게 합법적이란 것이다. 합법적으로 일해 받은 명세서라 문제가 될거라곤 생각을 못해 평소와 다르게 제출한게 화근이 되었다. 남편과 둘다 반려되었고 다시 서류를 준비해 두번째 요구에 받아들여졌다. 정확하게 그때부터 다른나라를 가거나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단 생각을 하게되었다. 첫 요구 때 반려된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맘고생을 많이 했기때문이다. 외국인으로 사는게 서러웠던게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오늘 갔을 땐 외국인학생을 위한 업무는 장소가 바뀌었다며 다른 주소를 알려주었다. 사전에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고 그냥 문앞에 써놓았다.. 헛걸음을 해야만 알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이번엔 서류가 하나 부족해서 마음졸이며 갔는데,엄한 곳에 트집을 잡아 다시 반려 되어 허탈하게 돌아왔다. 그 자리에서 따져 물었지만 c'est la vie (이게 인생이야) 라며 비꼬았다. 그래. 이게 프랑스사람 마인드지 싶었다. 경시청에 다시 갈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세번째 체류증연장 신청이지만 나에겐 아직도 익숙하지 않으며 힘든 일이다. 매년 이렇게 체류증연장으로 스트레스받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다. 굳이 이러면서까지 프랑스에서 살아가는게 맞는건지 고민하게 만든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괜히 "이번에 또 반려되면 나 루안이랑 한국갈꺼야" 심통부렸다. "잘 해결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근데 왜 그렇게 말해?" "기분이 나쁘다는거지. 한국가고 싶을만큼" "그렇지.. 고생했어" 잘 해결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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